우리나라 수출 및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있는 주요한 원인은 거시경제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가장 많은 무역수지 흑자를 보던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중국은 이제 우리가 무역수지 적자를 보는 나라입니다. 그와 관련된 데이터를 봤습니다.
참고로 이전 포스팅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 잘 되실 것 같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관련 내용을 좀 더 깊게 보려고 합니다.
▶ 참고할 이전 포스팅
Contents
중국 수출 / 수입 / 무역수지 실적
2010년부터 2022년 12월까지의 對중국 수출, 수입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파란색이 수출, 빨간색이 수입)
수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항상 많았습니다. 파란 선과 빨간 선 사이에 있는 공백 보이시죠? 저게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입니다. (무역수지 = 수출 - 수입) 즉 우리가 중국과 무역을 해서 버는 돈입니다.
2020년 2분기 정도부터 수출과 수입 모두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수출은 선이 꺾여서 감소하고 있는데 수입은 계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수입이 수출을 넘어서면서 사상 처음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1992년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저 두 선 사이의 공백, 즉 무역수지를 따로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0을 기준으로 계속 초록색(무역수지 흑자)을 유지했는데 최근 4분기 연속으로 0 밑으로 떨어지면서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참고로 2023년 1월 무역수지 적자 실적인 -$39.6억은 작년 4분기 전체 적자보다 많습니다.
2023년 들어서 불과 한 달 만에 작년 1개 분기 적자를 이미 넘어선 것입니다. 한때 17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보다가 이렇게 적자를 보기 시작한 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뭐가 문제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전체 실적을 품목별로 break down 해서 살펴보고 무역실적이 악화된 배경도 함께 설명해 보겠습니다.
최근 3년 중국 무역 실적
위 그래프에서 최근 3년의 분기별 실적만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수입도 무섭게 증가했다가 작년에 소폭 하락했지만 그 정도가 수출에 비해 크지는 않습니다.
수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수입은 그렇지 않다 보니까 무역수지는 2022년 2분기부터 적자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4분기 수출실적은 급감했는데요, 그래서 4Q를 기준으로 분석을 좀 더 했습니다.
보통 무역 실적을 분석할 때는 계절적인 영향을 제외하기 위해 같은 분기나 월의 다른 년도 간 차이를 비교하는데요, 그래서 최근 3년 동안 4Q만 모아서 비교했습니다. (사진에서 검은색 선)
최근 3개년 품목별 수출액
우선 수출 품목입니다. 4Q의 최근 3개년 수출에서 상위 20개 품목의 수출액입니다. 괄호 안은 각 분기 전체 수출에서 각 품목의 수출비중입니다.
-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역시 압도적으로 1,2위를 차지하지만 전체에서의 비중을 보면 중국 수출 1위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2020년 19.6%에서 2022년 16.3%로 하락했고 금액으로 보아도 $71억 > $56.7억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 기타 무선통신기기 부품의 경우 2020년에는 $20억 이상 수출을 했지만 2022년에는 $5.7억으로 70% 이상 하락했습니다.
- 2020년 4분기 수출품목 7위로 $10억 이상 수출했던 경유는 2021년과 2022년에는 20위권에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모든 품목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씩 보시면 금액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주요 수출 품목의 2022년 성장률
아까 2021년에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가 2022년에 크게 감소한 걸 확인했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수출 상위 20개 품목의 2022년 성장률을 확인해 봤습니다.
2021년 4Q 주요 수출품목의 2022년 성장률입니다. 2개 품목으로 제외하면 모두 크게 감소한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장한 품목은 사실 무기화합물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타 사진 및 광학기기,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용 장비, 방송기기는 정말 크게 감소했고 주요 수출품목 1위인 메모리반도체는 -44% 하락했습니다.
수출은 이렇게 크게 감소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수입은 어떨까요? 우리는 중국에서 무엇을 그렇게 수입하고 있을까요?
중국으로부터의 주요 수입품목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소위 말하는 made in China 품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입은 수출에 비해 감소폭이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기 합계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수입 품목의 개수를 보면 수출은 2022년 4분기 기준 98개인데 비해 수입은 147개로 수입 품목은 더 다양합니다.
메모리반도체가 역시나 금액이 가장 큰데요, 수출과 수입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수입에서의 비중은 수출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그리고 실적을 보면 수출은 반토막 가까이 났지만 수입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무역수지가 2021년에 비해 2022년에는 $33.7억이 줄었습니다.
품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하나씩 보기는 어렵지만 좀 더 큰 그림에서 보면 현재의 문제가 조금씩 보입니다.
재별 중국과의 무역 실적
'재별'이라고 하면 품목을 성질별로 분류해 놓은 것을 말하는데요, 자세한 건 아래 포스팅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분류, 중분류 기준으로 보면 어떤 품목들이 변하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볼 수 있고 그럼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기가 쉬워집니다.
대분류 기준 무역실적
최근 3년 동안의 4Q 무역실적을 대분류 기준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자본재
- 수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수입은 소폭 감소하다 보니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 반도체가 대표적인 자본재 품목입니다.
- 2021년에는 $50억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가 자본재에서 발생했지만 작년에는 이게 $3.6억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원자재
- 수출은 감소했지만 수입을 증가했습니다.
- 그러다 보니 4Q 무역수지가 2021년 $43.6억에서 2022년 $12억으로 자본재와 마찬가지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소비재
- 소비재는 원래 수출보다 수입이 많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made in China가 대부분 이 소비재에 속합니다.
- 수출과 수입의 절대적인 금액은 자본재, 원자재에 적지만 그 갭이 크고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 즉 우리는 made in China를 계속 수입해서 사용하지만 중국인들은 made in Korea 소비재를 조금씩 덜 쓰고 있습니다.
중분류 기준에서 좀 더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본재
IT부품 / 기계류 / IT제품에서 모두 수출이 감소합니다.
특히 기계류는 본래 무역수지 흑자가 나는 분류였는데 수입은 계속 증가했지만 수출은 감소하면서 -$28.7억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반도체가 속하는 IT부품은 역시나 수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원자재
화학공업제품이 주요한 원자재 항목인데 수입은 계속 크게 증가했지만 수출은 최근 감소했습니다.
철강 및 금속제품 역시 수입은 증가하지만 수출은 감소해서 전체로 보면 무역수지 적자 항목이 되었습니다. 광산물 역시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감소세에 있습니다.
소비재
소비재는 역시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항목입니다. 비내구소비재는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고 내구소비재의 경우 수입이 감소했지만 2020년 4Q 수준을 거의 유지했습니다.
대부분이 식품류, 먹는 것들인 직접소비재는 수출음 감소, 수입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별로 본 중국과의 무역을 요약하면
- 자본재 수출 감소 / 수입 유지
- 원자재 수출 감소 / 수입 증가
- 소비재 수출 감소 / 수입 유지
수출은 전반적으로 다 감소하고 있지만 수입은 원자재는 증가하고 자본재와 소비재는 유지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별로 주요한 수출입 세세분류 품목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중복이 있는 이유는 세부 품목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개수가 워낙 많아서 다음에 다른 포스팅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세세분류에서 눈으로 봐도 합계 금액 $20억 달러 이상의 수입품목의 수가 더 많습니다.
이건 주요 무역수지 흑자, 적자 품목입니다. 역시나 소비재에서 적자 품목이 많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요?
對중국 무역실적 악화 배경
4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 경제 위축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와 소비가 위축되었고,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아서 중국에서의 수출 또한 둔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보호무역주의가 가세한 영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에서 값싼 인건비를 활용해서 이를 조립해서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함께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우리가 그 영향 이런 식으로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자체 조달능력 향상
중국 정부의 보조금 및 기업들의 투자와 대형화를 등에 업고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조 2025"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부품의 자체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로부터의 수입이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 감소)
관련된 뉴스가 나와서 첨부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함께 증가했지만 이런 동조화 현상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과 중국의 수출품목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관계로 점차 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의 중국 의존 지속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자본재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원자재 중 석유, 가스, 석탄 이외에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요소수 사태도 있었고 2차 전지 배터리를 제조할 때에도 원재료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쌀인 에틸렌도 중국 의존도가 50%라고 합니다. 2021년에는 중국산 철근 수입이 감소하면서 공사현장에서는 철근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중국 이외에 대체 국가가 딱히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거리도 가까워서 물류비도 상대적으로 싸고, 중국이 보유한 원자재가 다양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수입 다변화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더 비쌀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요인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생산시설 이전 영향
중국에 있던 일부 제조업 생산기지가 베트남 등으로 이전한 영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수출증가율이 감소할 때 베트남 및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전략
제 생각에는 문화, 여행, 서비스, 금융 등 제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싫어도 피할 수가 없는 엄청 큰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중 대립 속에서 현명하게 판단해서 지금 시기를 잘 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이와 관련된 기사나 뉴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시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중국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입금지나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내려서 페널티를 주려고 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러면 결국 우리만 손해를 입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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